서버 API 과제 회고록

약 1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팀에서 부여한 API 구현 과제를 진행하고 배운 점을 기록했습니다. 해당 글은 전체 회고 시간에 팀원들에게 먼저 공유되었던 내용이며, 이후 약간의 수정을 거쳐 블로그에 게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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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요

❗ 회고를 굳이? 그럴 시간에 코드나 한 줄 더 치지.. ← 를 방어하기 위한 쉴드용 서두입니다.

개발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회고'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스프린트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좋은 점들은 확실히 족적을 남기고 걸러내야 할 것들은 확실히 걸러내는 회고 작업은 개발에서야말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비)개발자로 거듭난 뒤에도 회고를 늘 곁에 두려고 노력했고, 이번 과제를 계획할 단계에서부터 회고까지도 과제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진행했습니다.

이번 과제에 대해 논의하며 합의했던 과제의 전제이자 목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신규입사자가) TypeScript, NestJS, moment 등의 스택을 학습하고
• 팀의 코드 구조와 서버 아키텍쳐에 빠르게 적응하고
• 차후 sprint 에서의 원활한 협업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한다.

이번 회고글에서는 위의 세 꼭지를 중심으로 신입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버릴 수 있었는지 괄목하여 정리하고자 합니다.

📍 신입의 관점

1. 백문이 불여일타(打)

과제를 위한 코드 작업을 하며 가장 조심했던 것은 기존에 구현된 결과물을 그대로 복사하여 붙여넣는 식의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왜 특정 메서드를 선택했는지, 다르게 생각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레퍼런스 코드와 현재의 선택이 다르다면 더 나은 점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 공식문서에서 눈에 발랐던 내용을 체득하고, 내가 작성한 코드의 작동 원리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버와 API의 구조를 이해하게 된 것 역시 큰 소득이었습니다. 과제가 진행되기 전에 문서로는, 그리고 구두로는 서버 모듈과 파일의 구조를 전달 받았습니다. 하지만 귓가에 머물러 있던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json response 를 반환하는 코드를 짜는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만큼 코드를 짜고 → 레퍼런스 코드를 뜯어보며 실제 서버에서는 어떻게 구현했는지 분석하고 → 이를 다시 가져와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진입장벽을 깨고 나니 서버의 큰 그림이 눈과 손에 익더군요.

이러한 관점에서, 단순한 요청이더라도 실제 API 를 재현하는 것이 이끌어내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학습 + 실무 파악을 동시에 따낼 수 있었으니까요.

과제를 시작하기 전 약 이틀에서 사흘 정도 시간을 들여 공식문서를 읽고, 나름의 학습 방법을 동원해 스택을 공부해 보았습니다. 이론 학습을 선행하는 것이 어떤 측면으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의 원리를 하루 안에 파악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개인 레포지토리를 생성해 API 구현 요구사항에 걸맞는 패키지를 설치하고, 파일트리 구조를 고민하며 모듈을 만드는 간단한 작업 하나에서, 문서 다섯 번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2. 관용에 대한 무관용 (zero-tolerance for tolerance)

확장성을 위해서라면, 코드 컨벤션은 철저하게 지키고 오류나 불필요한 관습은 꼼꼼하게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래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기존 서버의 코드를 레퍼런스 삼다보니, 잘 정리되어 있는 코드와 비교적 그렇지 않은 코드를 읽을 때 기능 (또는 코드의 목적) 을 이해하는 정도가 확연히 차이 나더군요. 1년 뒤, 2년 뒤에 제 코드를 읽는 누군가에게 적어도 불쾌감은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사실 이게 현업에서는 당연할 수 있는데 그동안 혼자 or 단기 플젝으로만 작업했던 입장에서는 '1년 뒤에 내 코드를 보는 사람이 내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참신하고 새롭고.. 그랬답니다)

내 코드가 협업하기에 좋은 코드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아니라면 더 좋은 (확장 가능한) 코드가 될 수 있도록 개선점을 찾아준 코드 리뷰 과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의 코드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받은 피드백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의견을 개진해 가는 리뷰 과정이 확장적 사고를 키워주었습니다.

이번 과제를 하며 느낀 현업 vs 개인 팀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많은 관용을 베푸느냐" 였습니다. 혼자 작업할 때는, 또는 라이브 서비스를 하지 않는 팀 프로젝트 작업을 할 때는 누군가가 철저하게 모든 작업을 검토하지 않는 이상 관용을 베푸는 포인트가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바쁘니까 주석 정리 정도는 넘어가주고, 힘드니까 모듈화 작업은 일단 미뤄두고,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아니니까 코드 좀 덜 깔끔하게 짜고.. 등의 포인트 말이죠. 저 역시 이전 작업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나중'에 맡기고 그냥 넘겼던 것들이 많습니다. 평생 혼자 작업하거나, 코드의 모든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초기 멤버들끼리 죽을 때까지 (?) 함께 서비스를 유지한다면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고 사람은 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3. 무한 시뮬레이션

이번 과제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현재 개발되는 스펙과 관련된 논의가 올라오면 팔로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100%는 아니어도, 슬랙에 올라오는 내용들의 API 스펙을 확인하고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슬랙이나 티켓에서 새로운 이슈가 생성될 때마다 미래의 내가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학 맥락을 파악하고, 해결점이 무엇인지 팔로업하고, 어떤 문제들을 뒤로 남겨두었는지 확인했습니다. 과제를 진행하며 각종 문서와 Swagger API 에 노출되었던 덕이며, 직접 API 구현을 위해 여러 리소스를 참고했던 경험이 누적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적 관점

1. 코드에만 레거시가 있나요

개인의 코드 스타일에 잔재하는 레거시도 뜯어고쳐야 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과제와 코드리뷰를 통해 오래 유지되어 체화된지도 몰랐던 여러 습관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번 과제를 계기로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협업을 할 때 개인 습관 때문에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요, 정신 차리고 완전히 버리도록 해야겠습니다.


2. 협업.. 좀 재밌나..?

저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발전해나갈 때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요, 그간 경험치가 비슷한 친구들과 협업을 했던 경험만 쌓아온지라 '협업' === '배움' 이라는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공식이 완전히 성립한 것 같습니다. 남의 코드를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 내 코드를 공유해 리뷰를 받고, 팀의 논의를 통해 시야를 넓혀가는 모든 과정이 곧 배움이었고, 재미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좋겠는데, 제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결론

면접 때 여러 좋은 질문을 받았었고, '어떤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냐'는 질문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이 질문은 달리 말하면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 을 묻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을 공유드립니다.

• 1) 겸손함 : 개발자라면 내가 짠 코드, 알고 있는 지식이 최고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기도 하구요.
• 2) 발전/배움에 대한 의지 : 부족한 부분이 많은 1) 신입 2) 비전공자 출신에게는 필수인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둘 모두에 해당하기에 특히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 3) 실력 : 1, 2 가 망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겸손하기만 한 개발자는 그냥 본인이 못한다는 걸 알리고 다니는 사람이고 의지만 있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지 않을까요.

4,5 년차가 되면 관점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만, 위 내용은 제가 적어도 3-4년 동안은 유지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과제는 이 자세를 되새기고, 다시금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기간이었지만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팀원들과 팀장님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