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 클 수 있을까?

🌟 신입 개발자 적응기 / Week 2 :
찰나였던 설렘, 다시 엄습하는 불안감


💫 자괴감과 자신감의 무한루프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나에게 자신감과 자괴감은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두 요소이다. 자신감이 높아지면 그 상승폭만큼 자괴감도 뒤따라 높아진다. 그래서 외부에 티는 내지 않아도 내 상태는 늘 "오, 나 쫌 하네?" 와 "나 따위가 개발자라고..." 중 하나이다. 사실 취업하기 직전까지는 자괴감에 빠져있다가, 취업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입사 첫날까지는 자신감 버프로 맘편히 놀고 먹었다. 그러다 입사한 뒤부터는 자신감이 계속 하락해 절망의 계곡으로 향하는 중이다.

Valley of Despair === 절망의 계곡 (그리고 아마도 내 현 위치)

사실 2주차에도 역시 한 일이 별 건 없었다. 팀 스택에 익숙해지기 위해 TS 와 Nest 공식문서를 읽어내려갔고, 본격적으로 Swagger 등을 살펴보며 API 구성을 파악했다. 목요일부터는 API 과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코드 작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기존에 모듈화 된 코드를 읽고 레거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팀장님과 두 차례의 미팅을 통해 API 모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고 이와 관련된 문서를 찾아보며 서비스 구조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또 투자했다.

이렇게만 보면 자신감 잃을 일이 뭐가 있어? 싶을 수 있는데, 설명을 들어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거나 작성된 코드의 구조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매 순간 자괴감이 계속 쌓인다. 하나를 이해하는 순간 다른 벽이 생기고, 그 벽을 또 넘는 순간 더 높은 벽이 내 앞에 있는 기분이다. 마치 처음 CS 공부를 시작했던 때와 같다. 그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아무리 머리에 지식을 채워넣으려 해도 어딘가에 뚫린 구멍으로 자꾸 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고 많이 채워넣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그 방법이 먹힐지는 모르겠다. 봤던 걸 또 보고 또 보다보면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코드 독해력도, 자신감도 다시 높아지지 않으려나?


💫 멋쟁이 토마토 ,, 아니고 멋쟁이 기획자들
이전 버전 배포를 앞두고 기획팀은 벌써 다음 스프린트 기획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그에 맞춰 개발팀과 기획팀이 모두 모여 기획 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기획서들은 문서만 읽어서 히스토리나 맥락이 금방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획부터는 직접 회의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논의를 거치는지 지켜볼 수 있어서 훨씬 이해도 잘 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기획팀의 진가를 계속 느끼고 있다. 주변에 서비스 기획을 하는 친구들한테 기획자의 롤에 대해 듣기만 해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역할인지 잘 몰랐는데, 직접 기획팀을 만나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이래서 기획도 전문직이라 하는구나' 싶었다. 어쩌면 한 우물만 파도 어느정도 내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는 개발자들보다도 더 많은 걸 알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인 듯?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과거 '기획자'라는 명분을 가지고 플젝에 참여했었던 내 과거가 떠올라 한 차례 부끄러워졌고, 개발에서 기획으로 쉽게 전직할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던 내 자신이 또 부끄러워졌다. 일단 옷 입는 것부터가 대체로 개발자들보다 멋진 기획팀 분들 ,, 믓찌다 믓찌다

요즘 좋아하는 짤

💫 그래도 개발이 재밌음!
아직 "개발자" 라는 신분이 낯설고 입에 올리기 낯간지럽지만, 그리고 아마 앞으로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발자라는 정체성이 여태 가졌던 그 어느 것보다 더 좋고 자랑스럽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내가 분야 최고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는데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분야를 바꿔서 그런건지 사람이 달라져서 그런건지, 이제는 아무렴 어떤가~ 하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내가 매 순간을 즐겁게 보내며 성장하기만 하면 그걸로도 만족스럽다 (일단은). 사실 그래서 성장하지 못할 것 같거나 내가 시간을 허비한다고 느껴질 때 훅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아직 개발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해나가는 시간이라고 믿고 싶다.


📌 총평
"앞으로 잘 클 수 있을까?" 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매일 꾸준히만 한다면 못 클 것도 없다! 는 것이다. 내가 여태 잘 해올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의 꾸준함을 유지한 덕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이 자세와 태도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있어 최악의 자세는 < 나태함 / 오만함 / 안주하는 정신 > 이 세 가지이니, 매일 도 닦듯이 정신을 갈고 닦으며 (?) 괜찮은 개발자이자 괜찮은 인간이 되어야지.

이번주 후기는 내가 좋아하는 공자 선생님 말씀으로 마무리 ~~

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