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와 레거시의 더미, 그리고 알잘딱깔센

취준기 시리즈를 종료하고 한동안 후기글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관성을 깨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결국 또 한 주를 정리하는 신입 적응기 시리즈를 들고왔다.. Wel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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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 개발자 적응기 / Week 1 : 

"내 자리 찾기" 를 위한 고군분투

 

💫   구성원, 팀원으로서의 자리

- 내향형 인간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 편하게 대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태스크다. 하물며 동시에 여러명을 새로 만난다는 것은.. 진을 빼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첫 출근날이 특히 고됐던 이유는 하루종일 새로운 사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신규 입사자 동기, HR 팀, 소속 팀원들, 팀장님 등 머리에 입력해야 하는 "new Person"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과부하가 왔다. 

-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팀이 10명 남짓 되는 적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름과 얼굴을 금방 외울 수 있었다. (면접 때 몇 분을 뵈었던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팀원 분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말을 걸어주셔서 긴장감을 금방 떨쳐냈다. 

- 한 주를 마무리하기 전에 팀장님이 1:1 면담을 통해 팀의 히스토리와 방향성을 공유해주셨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합류하게 되었는지, 현재 팀이 부족한 부분과 내가 더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시간이다. 

 

💫  개발자로서의 자리 

- 아직 팀에서 사용하는 기술 스택과 개발하는 서비스의 히스토리 팔로업이 되어 있지 않다. 전자는 어느정도 시간을 들이면 단기간 내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후자는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서비스를 완전히 이해하고,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정도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회사 입사 전 리서치를 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레거시를 접하고, 복잡한 서비스 로직을 보게 되었다. 특히 서비스 버전별 약 100페이지에 달하는 기획 문서를 보며 "언제 다 따라잡지..." 싶었다. 

- 나와 같은 새 팀원을 위한 문서는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다. 서비스 규모가 작지 않아서 그런지, 파트별/협력 부서별 문서가 다 잘 정리되어 있어서 한 두 차례 읽고 나니 금방 팀의 개발 문화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물론 컨벤션이나 깃 플로우는 직접 투입되어 작업을 진행할 때 다시 배우게 되겠지만, 현재로써는 문서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백 번 강조해도 부족한 문서의 중요성)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인의 센스와 역량으로 채워야 하는 빈 구멍도 많다. 알잘딱깔센... 자료를 넘겨 받았을 때 이걸 어떻게 학습할지 고민해서 플랜을 짜고, 방향을 공유하는 등의 일은 특별한 가이드 없이 나에게 맡겨진 일이라 정신을 잘 차려야한다. 팀장님에게 이것저것 공부해보겠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 말씀드린 만큼 다 해내지 못할까봐 겁이 많이 난다. 일단 내뱉었으니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보긴 해야겠지. 깨지더라도 이 과정이 결국 개발자로서, 인간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임을 믿고 갈 수밖에 없다. 

 

💫  직장인으로서의 자리 

- 공부가 본업이자 주 에너지 소비처였던 학생/취준생 신분과, 기여해야 하는 파트가 지정되어 있는 직장인 신분은 다르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마 앞으로는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다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신입 기간 중에는 회사 일에 필요한 실력도 부족한데 뜬금없는 기술을 공부한다고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는 없다. 당장만 해도 기존에 해오던 DB, 알고리즘 공부는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나게 될텐데, 아예 포기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학습 전략을 짜야할지 조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총평

- 뜬금없지만 인턴했던 경험이 은근 큰 자산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인턴생활 덕에 규모가 큰 조직에 들어오는 것도 낯설지 않았고, 각종 인사제도나 사소한 결재시스템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이전의 경험을 살려 (?) 덜 긴장한 듯. 

-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지만 처음부터 잘해내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지 않을까? 빈틈없이 실수없이 한 번에 적응해서 다 잘하고 싶지만 터무니없는 바람인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방향을 지향하되 나의 포지션과 위치를 계속 인지하며 하루하루의 목표치를 채워나가는 것에만 집중하려 한다. 아마 당분간의 목표는 'ㅇㅇㅇ 기능 이해하기' 또는 'ㅇㅇㅇ클래스 코드 이해하기' 뭐 이런 수준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 어쨌든 HR 과 좋은 팀원들 & 팀장님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soft landing 이 되었음에 감사한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