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 배달의민족 CEO가 말하는 "좋은 개발자"

https://youtu.be/3H4umWD5bwI

중요한 것은, 개발자라고 하면 스스로를 코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은 우리에게 주어진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카이스트 출신 배달의 민족 전 CTO 현 CEO 김범준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1. 개발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개발자의 본질 또는 핵심 역량을 묻는 글도 답하는 글도 많지만, 대부분 '타고난 머리' 또는 '재능, 실력' 등의 논의 이상을 못하고 만다. 김범준 대표는 그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듯 "개발자는 코딩하는 사람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명쾌히 짚어주며, '문제해결능력'을 괄목하여 얘기한다. 

 

코딩을 잘하는 개발자란 곧 문제를 잘 해결하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발과 문제해결 역량은 떼어놓을 수 없다. 특히 현재와 같이 일상의 가장 깊은 영역까지 소프트웨어가 침투해 있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로 여겨지는 듯하다. 개발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이 더욱 다양해졌으며, 가능성도 커졌다. 자연스레 '개발자'라는 직업의 의미 역시 함께 변화하고 있으며, 아마도 김범준 대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이러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이었던 것 같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분석력과 해결에 나서는 실행력이 고루 가춰져 있어야 한다. 개발자에게 다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 싶을 수 있겠지만 사실 코딩을 하다보면 결국엔 필요한 역량이다. 버그가 발생했을 때 버그의 원인을 볼 줄 아는 능력과 코드를 끝까지 붙잡고 해결해내는 끈기가 곧 문제해결 능력이다. 좋은 개발자, 혹은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량을 그저 본인의 코딩 세계에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서비스의 가치를 개선하는 데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 개개인의 실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팀웍이다

물론 개인의 코딩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좋은 팀웍이 나올 수 있을 수준의, 즉 팀원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기본적인 실력은 갖춰야 할 것이다. 

 

다만, 개인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팀과의 협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범준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유추해보건대 좋은 개발 문화란 곧 '현재'의 문제와 씨름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문화이지 싶다. 개발의 방향이 미래를 향한다는 것은 성장의 동력이 끊임없이 유입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들끼리 상호자극이 되어야 한다. 그런 문화가 형성이 될 때 팀이 성장하고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좋은 개발 문화의 선순환의 결과로 개개인 역시 성장하게 된다. 

 

개발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중 하나가 '오픈 소스'(open source) 인데, 이는 개발자들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을 총칭하는 표현이지 않나 싶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더 좋은 해결책을 끊임없이 제안할 수 있는 개발자가 곧 성장하는 개발자이다. 자기주도성과 실력을 기반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아직 공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업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방치해두는 것은 위험한 태도라고 느낀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외비 없이 자유롭게 개발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가고 싶은 기업이나 받고 싶은 연봉보다,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3. 기술자는 인문학을, 인문학도는 기술을 이해해야 고속성장 할 수 있다

김범준 대표는 공대 출신이지만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끊임없이 계발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에 덧입혀진 비즈니스적 사고가 그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자리라 함은, 한 기업을 이끄는 CEO 를 의미한다) 비단 김범준 대표가 아닌 다른 유니콘 (또는 series C, D 정도 수준의) 스타트업들의 핵심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갖춘 공통 특성이 뚜렷해진다. 그것은 바로 기술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시야이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대부분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개발자이지만 기획도 하고 디자이너이지만 마케팅도 하는 사람들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씬이 점점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바가 많아지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만 거시적인 층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자면 사회 자체가 기술과 인문학의 경계를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술은 곧 라이프스타일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지식 (혹은 사람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경영 능력) 없이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기술만 잘 만들어도 찾아주는 곳이 많았던, 그리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기획해도 중간은 갔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사람들에게 먹힐 기술' 을 내놓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때문에 성장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둘 중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 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선택하는 방법론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어도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두 '비즈니스 역량과 기술력 모두를 갖춘 자' 이지 않을까. 

 

기술을 잘 알고, 잘 쓰는 인문학도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지금보다 실력을 더욱 키워 '인문학 베이스를 갖춘 기술자'가 되고 싶다. 언제까지 개발자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는 동안에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