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 2021 프로그래머스 개발자 설문조사 리포트

 

프로그래머스에서 2020년 12월 한 달간 현직 개발자 + 개발자 지망생 약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강 훝어보았는데 깊이 있게 살펴볼수록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설문 결과를 살펴보며 떠오르는 개발 초심자의 생각들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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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균 연봉과 자신있는 언어" 항목의 오류

 

(자신있는 언어가 곧 현재 실무에서 쓰고 있는 언어라는 가정 하에 데이터를 살펴보자)

학부 때 잠깐 통계를 공부하고, 졸업 후 데이터분석을 잠깐 공부한 경험을 통해 잘 학습한 것이 있다면 "보이는 데이터와 통계를 늘 의심하는 자세" 이다. 흔히 수치로 표현된 자료는 신빙성이 높아보이는 효과를 불러오지만, 이러한 자료의 허점은 개인의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에 부합하도록 표현되었을 경우가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언어가 Ruby 라는 사실을 결과를 보았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한국에 Ruby 가 그렇게 많이 쓰이나?" 였다. 여러 분야의 채용 공고를 두루 보아도 Ruby 개발자를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어진 그래프에서 각 언어별 연차에 따른 연봉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Ruby 개발자 정보부터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첫째, 다른 개발 언어에 비해 데이터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었으며 둘째, 그마저도 저연차/고연차 개발자 간 연봉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었다. 

 

Ruby 평균연봉

 

통계적 관점에서 이 두 가지 사실이 갖는 의의는 굉장히 크다. 우선 표본이 작을수록 대표성, 즉 모집단을 설명하는 설명력이 떨어진다. 가령, 시장에서 Ruby 를 쓰는 개발자가 1000명일 경우, 무작위로 추출된 500명의 평균 연봉이 무작위로 추출된 50명의 평균 연봉보다 실제 시장의 평균 연봉과 일치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표본의 크기가 현저히 차이나는 두 집단의 평균을 병렬적으로 비교하고자 하는 경우, 두 모집단과 표본의 크기가 비슷하다는 최소한의 전제가 필요하다. 

 

만약 Ruby 개발자의 모집단이 다른 언어 개발자의 모집단보다 실제로도 작다면, 표본이 작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는 또 다른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표본이 작을 경우 개별 데이터 하나하나가 표본이 큰 경우보다 평균 산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100명 중 1명의 점수만 100점이고 나머지 99명의 점수는 1점이라면 전체 평균을 계산해 보아도 1점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3명 중 1명의 점수가 100점이고 나머지 2명의 점수가 1점이라면, 이를 통해 산출한 평균을 신뢰할 수 있을지 애매해진다. (1에도 100에도 가깝지 않은, 30~40 어딘가의 점수가 나올 것이기 때문)

 

위 표에서 읽을 수 있듯, Ruby 개발자 데이터 수 자체도 적지만 평균 2~4천만원을 상회하는 저연차 개발자들에 비해 소수의 고연차 개발자들의 연봉이 말도 안되게 높다. 이 경우 모든 연차 정보를 고루고루 수집해 평균을 낸 다른 개발 언어와 달리, 소수의 고연봉 데이터가 평균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Ruby 데이터의 개수가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 표는 Boxplot 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윗 실선은 해당 구간 중 가장 높은 연봉 데이터를 의미하며, 아래 실선은 해당 집단 중 가장 낮은 연봉 데이터를 의미한다. 또한, 색이 채워진 상자 중간에 그어진 선이 해당 구간의 중간값이며 상자의 윗 선이 전체 데이터의 상위 25% 지점, 아랫선이 전체 데이터의 하위 25% 지점이다. 

 

다시 말해, 고연차 데이터의 경우 실선이 하나밖에 없으므로 해당 구간의 데이터가 하나씩밖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저연차 데이터의 경우 위아래 실선이 그어진 지점과 상자의 위아래 선이 그어진 지점이 동일하므로 실제 데이터 개수가 2개밖에 없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 참고자료: IQR (Interquartile Range)

 

Scala 평균연봉

 

Ruby에 이어 역시나 연봉 Top3에 들었던 Scala 의 데이터 분포 형태도 살펴보았는데, Ruby의 분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영역별 데이터가 고루 모집된 언어의 평균점수와 그렇지 않은 평균점수를 비교하는 것은 비약이지 않나 싶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조금 더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자 했다면, 비교적 데이터 수가 많은 저연차 구간의 평균을 따로 산정하여 비교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균연봉(x) - 연차(y)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lojure 를 "가장 자신 있는 언어"로 응답한 사람은 세 명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평균 연봉을 반영하여 데이터를 시각화하는게 맞나? 의문이 생겼다. 아예 이러한 언어를 아웃라이어로 처리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며, 모든 데이터를 시각화한 의도도 분명 있을 것이다)

 

** 앞서 작성한 모든 내용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래머스 설문 응답자료만을 보고 갖게 된 의구심이다. 실제 시장에 Ruby나 Clojure 개발자가 다른 언어 개발자에 비해 현저히 적어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고연봉을 받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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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앞으로 배워야 할 프로그래밍 언어

 

 

다수의 개발자들이 자신 있는 언어로 Java 를 선택하고 배우고 싶은 언어로 Python 을 선택한 이유도 여러 의미로 재밌다고 생각했다. 해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Java 는 죽어가는 언어"라는 인식이 꽤 굳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데이터를 보다보면 아직 실무에서는 Java가 널리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참고: Top 20 Most Popular Programming Languages For 2021 and Beyond) 우리나라에서도 백엔드나 서버 쪽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면 한 번쯤은 Java 를 거치게 되니, 이쪽을 생각한다면 미리 배워두는 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들이 배우고 싶은 언어로 Python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결과이다. 우선 언어가 직관적이며 편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언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Python 코드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방대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AI,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 Data Science 등의 분야가 점차 각광받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의 기반이 Python 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Python 역시 잘 익혀두면 다룰 수 있는 기술의 폭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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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경력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전문성 부족" 이라는 결과는 내심 충격적이었다. 사회과학분야에서 잠시 일을 하면서 "이 분야는 전문성이 없다! 전문성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을만큼 내게 기술이란 곧 전문성의 동의어이기도 했다. 

 

이어진 응답 결과를 보고 정확히 어떤 점에서 개발자들이 전문성을 고민하게 되는지 조금 더 유추해볼 수 있었다. 응답 수가 가장 높았던 차례로 "언어에 대한 이해"와 "신기술에 대한 지식"인데, 이 둘은 사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바뀌는 영역이기에 개발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다만 공부할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지지, 절대 좁아지지는 않는다. 주기적으로 언어마다 버전 업데이트가 되며 이에 따라 바뀌는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 자잘한 문법을 익히는 것만 해도 시간 소모가 큰데, 생판 새로운 기술 (새로운 모델 또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니 부족한 시간을 쪼개 모든 것을 다 훝어봐야 한다. 

 

개발은 응용의 영역이니 신기술을 이해하고 익힌 뒤에 적용해볼만 하다~ 싶을 때쯤 또 버전 업데이트 -> 라이브러리 변경 -> 문법 변경 등... 무한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얕은 학습을 반복하다보면 실무자로서 자괴감에 빠질만도 하다. 

 

그렇지만 전문성에 대한 고민은 어떤 직무에서 일을 하든 한번씩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PM, 기획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개발자들도 절대 쉽게 PM, 기획을 본업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힘든 직무이기도 하다)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을 따놓지 않는 이상은 평생 고민할 영역이지 않을까.

 

덧 ) 하지만 변호사들도 전문성 고민 엄청 한다. 기술과 비슷하게, 판례나 법조문도 매해 바뀌고,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소위 시장에서 '낙오'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직종이든 매일같이 변하는 세상을 계속 배워나가는 노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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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발자 = 구글링?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습 방법의 압도적 1위가 구글링이라는 결과도 너무 재미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코딩 잘하는 사람 == 구글링 잘하는 사람이라는 밈을 본 적 있는데,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 

 

개발을 공부하며 느끼는 점은 구글링도 실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구글링 실력이란 구글창에 "파이썬이 뭔가요" 나 "파이썬에서 리스트 만드는 법"을 칠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1) 내가 겪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2) 문제를 잘 설명해주는 문서를 찾고 3) 문서를 읽고, 잘 이해하고 4) 배운 내용을 적용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이다. 

 

물론 이 능력을 단순 '구글링'으로 퉁치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개발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며, 구글링을 통해 이 과정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곧 좋은 == 실력있는 개발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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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려 했던 글이 본의아니게 길어졌는데, 덕분에 개발 초심자로서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언제나,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